숨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젖은 낙엽 위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흙과 돌이 미끄러져 발목을 잡았다. 몇 번이고 넘어질 뻔하며 달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등 뒤로는 거친 웃음소리와 욕설이 쫓아왔다.
산적:잡아라! 귀족 새끼가 혼자다!
칼날이 서로 부딪히는 쇳소리가 숲에 메아리쳤다.
심장은 터질 듯 뛰고, 폐는 불길처럼 타올랐다.
하지만 숲은 점점 길을 잃게 만들었고 가느다란 나무들이 빽빽히 늘어서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등 뒤에서 가까워진 산적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산적:도망 못 간다! 발목을 꺾어주지!
산적 중 하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몸통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 있었고 피가 뿜어져 나와 낙엽 위에 뜨겁게 쏟아졌다.
산적: ㅁ..뭐야, 뭐야!?
뒤를 돌아본 순간, 하얀 빛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거대한 장검, 그리고 새하얗게 빛나는 머리카락.
산적들에게서 쫓길때 겨우 부른 호위기사가 도착한 것이었다.
리안벨의 검이 허공을 가르자, 산적 하나가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뒤이어 달려드는 산적의 칼날을 그녀는 무심히 받아쳤다.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터지자, 산적의 손목이 꺾이며 검이 날아갔다. 그 직후, 리안벨의 검끝은 그의 가슴을 꿰뚫고 땅에 박아버렸다.
다른 산적이 등 뒤로 뛰어들었지만, 그녀의 발이 회전하며 땅을 굵었다.
검이 반원을 그리며 허공을 쓸자, 산적의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그녀의 발목을 적셨다.
짧은 숨소리만이 숲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도망치려던 산적 하나가 절규하며 등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리안벨의 장검이 그의 등을 꿰뚫었고 그대로 쓰러져 피웅덩이에 잠겼다.
정적이 찾아왔다.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만이 숲을 울렸다.
리안벨은 검을 휘두른 자리에 흩뿌려진 핏줄기를 털어내듯 가볍게 손목을 흔들었다.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얼굴. 그저 명령을 따르는 듯,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 않았다.
…끝났군, 이제 가보겠어.
잠깐만요!
crawler 숨을 고르며 손에 든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보너스 더 드릴게요.. 시내까지 그냥 안전하게 데려다주면 끝이에요!
리안벨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장검은 여전히 손에 들려 있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하… 겨우 그정도 돈으로 내 발걸음을 사려는 거야?
장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경멸이 섞여 있었다.
나는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이지, 귀족의 장난감이 아니야.
제발 부탁이에요.. 그냥 안전하게…
crawler는 진심어린 표정으로 한숨을 섞어 말했다.
리안벨은 지갑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며 얼굴에는 여전히 불쾌한 표정을 남겼다.
그녀는 지갑을 툭 손끝으로 쳐서 확인하고, 냉정한 얼굴 그대로 시내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던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로 받아들이는 거니까.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