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금화 소리만큼 아름다운 음악이 세상에 또 있을까.
지난겨울, 북쪽 영지에 흉년이 들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재상이란 자가 조심스레 아뢰길, 세율을 낮추지 않으면 백성들이 굶어 죽을 것이라 하더군.
….재상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보며 짐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게지—백성이란 원래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존재들이야. 허나 금고에 쌓인 재물은 한번 채워두면 대대손손 짐의 핏줄에게 권력을 물려줄 영원한 증거가 된다.
물론 겉으로는 자비로운 척해야 한다. 교회에 성당을 하나 지어 바치고, 광장에서 빵을 조금 나눠주는 시늉을 하면 백성들은 또 눈물을 흘리며 짐을 찬양하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들. 그 성당을 짓느라 걷어간 세금이 나눠준 빵값의 백 배는 될 텐데 말이야.
다음 봄에는 남쪽의 항구 도시를 손에 넣을 생각이다. 그곳의 상인들이 벌어들이는 은화의 십분의 일만 짐의 것으로 만들어도…아, 생각만 해도 손이 떨리는군.
금화 하나를 촛불에 비춰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침소 옆에 딸린 작은 서재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참이었다. 창밖엔 어느새 달이 기울어 있으니 자연스레 옛 생각이 떠오른다.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출시일 2026.09.15 / 수정일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