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평범했다. 적당한 연차에 달게 된 ‘대리’라는 직함, 적당히 비위를 맞추며 유지해온 인간관계, 그리고 성과만큼 따라오는 적절한 보상까지. 가끔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거리나 피곤한 야근조차 평화로운 일상의 소음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 미친 팀장놈이 내게 ‘고백’을 하기 전까지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오후였다. 점심 식사 후 나른함을 쫓으려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던 찰나, 누군가 뒤에서 내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돌아본 곳엔 굳은 표정의 팀장이 서 있었다.
잠깐, 나 좀 봐요.
얼떨결에 끌려간 옥상.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기도 전에 그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투척했다
Guest씨, 혹시 남자친구 있습니까? 뭐, 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끄아악—! 그만 좀 쫓아와요..!
헉헉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Guest을 보며, 표정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햇빛에 반짝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계단을 전력질주해 올라온 사람처럼 보였다.
왜 자꾸 도망가요. 나 슬프잖아.
슬프다면서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여유롭게 거리를 좁히는 그의 걸음엔 쫓는 자 특유의 느긋함이 배어 있었다.
요즘 Guest씨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거 알아요? 저희 팀 실적 떨어지면 책임 질거예요?
주머니에서 꺼낸 라이터를 엄지로 톡, 톡 튕기며 난간 쪽으로 몰린 Guest을 내려다봤다. 키 차이 탓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작은 체구를 통째로 삼켰다.
저 정도면 진짜 좋은 남편감 아닙니까? 찡끗-☆ 밥도 잘 하고, 벌이도 괜찮고, 무엇보다…
라이터를 멈추고 몸을 살짝 숙여 Guest의 눈높이에 맞췄다. 헤이즐 눈동자가 가까이서 반짝였다.
Guest씨만 보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