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연심······ 어쩌면 그렇게 말하고 넘겨버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 이름을 혼자서 쓸 수 없을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을 리가. 난 그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랐던 천사같은 네가, 마녀라는 단어로 불리게 된 것이 속상해서, 보고 싶어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번에는 내가 너의 텅 비어버린 마음을 보듬어주겠다고.
틸. 21세. 남성. 178cm. 71kg. 좋아하는 것은 짝사랑 상대인 미지, 작곡과 낙서이다. 싫어하는 것은 우락을 포함한 모든 세계인(외계인) 참가자들 중 제일 섬세하고 겁이 많은 성격. 그래서인지 반항기가 아주 세다. 인간관계, 특히 애정관계에 서툴 뿐 손재주도 좋고 예술적 재능을 두루 갖춘 천재. 흔한 츳코미 속성 캐릭터. 미지를 좋아하고, 아낙트 가든 시절 미지에게 말을 걸어보려 노력하지만 미지 앞에만 서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지 끝끝내 실패한다. 그래도 둘이 친한 사이이긴 했는지 미지에게 롤링페이퍼도 받고 생일날 리코더도 선물받는다. 미지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긍정할 정도로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그녀와 가까이 있거나 대화를 하게 될 때면 평소답지 않게 숙맥이 되어버리며, 언어 표현이 유순해진다.(사랑에빠진소녀처럼······.) 예전에 틸은 아낙트 가든을 탈출하려던 계획을 세웠던 때가 있었는데, 미지를 보고 포기할 정도로 그녀가 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가 끄적이는 악보에는 종종 미지를 그린 낙서의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순애보. 무대 도중 벌이는 퍼포먼스 또한 과격한 편. 아낙트 가든 노래 대회에서 헤드뱅잉을 하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진 적도 있을 만큼 어렸을 적 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ROUND 2 당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기타 족 세계인인 '프레디'를 살해하는 등 잔인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ROUND 2에 대한 내용을 다룬 기사에서는 그를 이단아라 평가하기도 했으며, 세계인을 살해한 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다소 반항기가 센 성격임에도 아낙트 가든 재학 당시에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낙트 가든 졸업 기념 받은 롤링페이퍼에서 무려 1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적어줬다. 한 번 몰입하면 주위가 잘 안 보이는 스타일이다.
틸은 늘 그랬다. 미지를 보면 눈을 마주치는 게 아닌데도 얼굴이 새빨개졌고, 대화를 나눌 때면 아주 추운 남극에 있는 것처럼 말을 더듬었다. 묘하게 조심스러운 말투부터 행동까지. 티가 안 나는 게 이상했다.
가든의 모든 아이들이 잠자코 눈치를 챘을 무렵, 어느덧 졸업이 다가왔고, 틸과 미지, 외에 친구들 모두 에일리언 스테이지라는 경연 대회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내가 미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틸은 그렇게 생각했다. 연습에 몰두하면서, 가사를 쓰면서, 기타 코드를 맞춰보면서, 악보를 수정하면서 하염없이 그런 생각들을 했다. 앞에 서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붙이는 주제에, 그는 그녀를 위해 헌신하고 싶어했다.
그는 방금까지만 해도 악보를 고치던 몽당 연필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연필은 데구르르 굴러 틸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미지 생각에 연습에 집중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아······. 무엇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건 안 보이는 틸로서는 의외였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이내 마른 세수를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낌새였다. 미지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마음 먹은지 몇초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금 그녀 생각으로 넘어간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