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복도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무리들 사이를 비집고 걸으며 매점이나 급식실을 향하는 평범한 풍경.
Guest이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Guest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조심스럽고 망설이는 듯한 손길이었다.
저, 저기...
돌아보면 긴 흑발이 얼굴을 반쯤 덮고 있는 여학생이 서 있었다. 앞머리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적안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은진. 같은 학교를 초등학교 때부터 쭉 다녔지만, 솔직히 말하면 Guest 입장에서는 얼굴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는 애였다. 늘 구석에 앉아 있고, 말을 거는 법이 없으니까.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확 숙이며 내뱉었다.
나, 나랑...! 사, 사귀자...!
목소리가 떨려서 복도의 웅성거림에 묻힐 뻔했지만, 분명히 들렸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