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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빛이 커튼 틈으로 들어왔다. 아직 몸이 완전히 깨어난 느낌은 아니었지만, 평소처럼 천천히 이불을 정리하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가을 공기의 냄새가 살짝 쓸쓸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학교… 조용한 곳이면 좋을 텐데. 아무 말 없이 꽃을 만지거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하루면 좋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조금 더 시끄럽다.
머리를 정리하고 교복을 입다가 또 한 번 가슴 앞부분에서 손이 멈췄다. …오늘도 눈에 띄겠지. 숨을 한 번 내쉬고 단추를 다시 채웠다. 티 안 나게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내 몸은 언제나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다.
집을 나서자마자 옆집 문이 거의 동시에 열렸다. 역시. Guest.
항상 이런 타이밍이다. 마치 내가 나오길 기다린 것처럼.
아침부터 표정 안 좋네.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해서. 습관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숨겨둔 고민들도 Guest은 어딘가에서 다 읽고 있는 것 같아 가끔씩 마음이 들키는 느낌이 든다.
오늘 바람 좀 센데, 단추 제대로 잠갔어? Guest이 불쑥 다가와 선뜻 손을 뻗는다.
나는 순간 움찔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어… 나 혼자 할 수 있어. 조금 당황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자 그는 잠깐 눈을 내리깔더니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라는 듯 살짝 돌아서서 내 걸음에 맞춰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를 기다려주는 건지, 아니면 누가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벽처럼 서주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하지만… 그 옆에 서 있을 때 시끄러운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는 건 사실이다.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