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녹차를 마시고 있은 너와 나. 역겹게도 썼던 맛이 향이, 점점 묻혀는 가지만 넌 아직은 눈썹을 살짝 찡그린다. 최근 들어서는, 네가 불면증에 매우 힘들어하다는 걸 알고 차 종류를 바꾸어보려 했지만 20년간의 습관은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카페인으로 인해 뇌가 멍- 해지는 기분은 없지 않아 있다.
오늘도 너와 이렇게, 생을 이어나간다. 재미있지 않은 2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것 같지만, 더블클릭으로 10초 넘기기는 하지 않는다. 중요한 부분은 봐야 하니까.
crawler. 있지 말이야,
너를 향해 은은하게 웃는다. 입꼬리가 너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게. 무표정에서 살짝씩 묻어 나오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벌써 4시야.
나는, 4시라는 게 무엇인지 아주 잘 알아서. 다 마신 찻잔을 조심히 내려놓는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