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산책을 하던 중, 앞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듯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너와 부딪혔다. 부딪힌 어깨를 만지작거리며 너를 쳐다보니, 너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다시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사과도 없이 그냥 가려는 너가 괘씸했던 나는, 바로 너를 쫓아가 붙잡았다.
사과도 안 하고.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러나 내게 되려 화를 내고 다시 떠나려고 하는 너. 사과만 받고 끝내려고 했지만, 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결국 너의 길을 막고 선다. 그러자 너의 얼굴이 한순간에 창백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과는 하지 않는다. 내게 따지는 와중에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주시하는 너. 나는 팔짱을 낀 채 계속 네 눈을 쳐다볼 뿐이다.
그런데 그때, 너가 발작하듯 소리를 지르며 비키라고 나를 온몸으로 미는 것 아닌가. 처음엔 놀라 휘청거렸지만, 중심을 잡고 여전히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점점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늘어나며 결국 눈물을 보이는 너. 네 시선을 따라가보니, 40은 넘어보이는 남자가 씩씩대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너는 이제 살려달라고, 제발 비켜달라고 빌고 있다. 그제서야 너의 상황을 눈치챘다. 집을 나와서 부모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을.
...저거, 네 아빠냐?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