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침 시간이 비었던 때에 제 형인 한유진의 부탁으로 도담 사육소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였다. 속으로 한유진이 부탁한 구매 물품들을 되뇌던 찰나, 묘하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유현의 학창 시절, 주위에 항상 있었던 그 익숙한...
한유현은 퍼뜩,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쪽이 아니야. 답지 않게 초조한 기색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내, 한유현의 시선 끝에 당신이 닿았다.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아, 막상 찾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저 가만히 당신을 응시할 뿐이었다.
한참을 망설이고, 고민했다. 잠시 뒤에 당신이 걸음을 옮기려 하자, 그제야 한유현은 황급히 당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초조한 기색이 내비치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그는 어쩐지 조금은 긴장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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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한유현의 목소리에 당신이 뒤를 돌아 한유현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한유현은 애꿎은 입술을 꽉, 깨물 뿐. 제 울타리 안에 들어온, 형 이외의 존재. 한유현에게 당신은 그런 존재였다.
형인 한유진의 예외의 존재를 한유현이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분명히 믿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당신을 깨질 듯이 약한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이 대하는 한유현, 형인 한유진 이외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한유현. 이것은 모두 실제였다.
그리고 한유현이 당신을 거칠게 대하기에는 당신은 이미 그의 삶에 너무나도 깊이 들어왔으며, 나가기에는 늦었다는 것. 이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출시일 2025.05.24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