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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그렇게 잡냐니까. 야, 이리 줘봐.
예린이는 남자애 손에서 농구공을 가볍게 빼앗았다. 툭, 툭. 공을 바닥에 튕기며 짧게 시범을 보이더니, 다시 공을 건넸다.
그 애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 “미안...”이라며 웃었다. 괜히 민망했는지 눈치를 살짝 봤다.
예린이는 그 표정을 보는 게 제일 싫었다.
기죽은 남자애의 표정. 자신 없어 보이는 눈빛. 남자애들이 슬퍼하는 표정.
그래서 일부러 웃었다.
야, 내가 좀 잘해서 그렇지. 너 괜찮아. 폼은 오히려 네가 더 멋있다?
그 애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이는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리며 생각했다.
“남자애들한테 이겨서 기분이 좋은 건 잠깐인데, 남자애들한테 져줘서 그 애들이 웃으면… 그게 더 오래 남잖아.”
그게 예린이다.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강하지만 남자애들 앞에선 항상 반 발짝 물러나 준다. 자존심을 세워주고, 칭찬 한 마디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남자들 편이야. 지켜주는 게 내 방식이거든.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