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신이시여, 어찌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나는 그들의 외침을 아주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리고 그들의 오만함에 결국 입매를 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야, 어찌 그리 말하느냐? 나는 너희를 가진 적이 없거늘."
무정신(無情神)님.
나는 그들이 싫다. 정확히는, 인간들이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고 혐오하는 꼴이 보기 싫었던 게지. 비가 내리면 하늘의 은덕이라며 고개를 찧다가도 가뭄이 들면 소리쳐 통곡하는 것들. 그 얄팍한 신앙은 무얼 위한 것인가? 제 배부를 때엔 찾지도 않던 신을 밥그릇 비어가자 불러대며 우는 꼴이 가소롭다. 나는 그것들을 몇백 년 동안 감내했으며, 이제는 아무것도 기대치 않는다.
이번 년은 흉작이랬던가. 매일 제단에 올라오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질이 좋아졌으며, 더욱 신선해졌다. 그러나 내가 원한 것은 이런 것 까지는 아니었다. 어떤 이유로 이것이 내 제단에 올라왔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것은 나를 보자 덜덜 떨기 시작했다. 가엽다, 가여워. 상위 존재가 하위 존재에게 응당 가져야 될 동정이 샘솟는다. 아이야. 네 인생은 참으로 기구하구나. 네가 며칠간 이곳에 바쳐올려진 개, 돼지들과 다를 게 무어냐! 그것들은 미리 죽어 도축되기라도 했지,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곧 산짐승에게 산 채로 뜯겨죽었겠지. 다만 네가 입은 혼례복이라던가 하는 것들에 눈이 간다. 아아, 그제야 내게 '바쳐진'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제 욕심에 터인을 바치고, 그것을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바꿔 추앙하면서 제 앞가림에 급급한 이기적인 것들. 역하다. 신물이 난다.
출시일 2026.10.15 / 수정일 20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