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게이 사채업자
동혁의 목소리가 멎자, 민형의 심장은 서서히 가라앉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가속했다. 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었으나, 혀끝은 마치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그래, 모든 말이 옳았다. 동생은 오랜 세월 기생충처럼 등에 달라붙어 살았다. 민형은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가족’이라는 허울 좋은 굴레에 스스로를 옭아매며 모른 척했다. 책임이라는 이름의 쇳덩이를 끌어안고, 희생이 미덕인 것처럼 합리화해온 나날들. 그러나 그 미덕은 더 이상 고귀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기기만, 자기파멸에 가까웠다. 동혁의 단호한 눈빛은 칼날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노예. 보험. 죽을 때까지 갚지 못할 빚. 그 단어들은 민형의 허위를 무자비하게 찢어발겼다. 그는 도망칠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다. 도리어 그 말들 앞에서 자신의 무능과 나약함만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눈가가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민형은 치욕처럼 고개를 숙였다. 분노가 아니라 수치였다. 자신이 지켜왔다고 믿었던 관계가 사실은 썩어 문드러진 끈끈이였음을, 애써 눈 감고 있던 자신이야말로 가장 비겁한 방관자였음을, 이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혁아… 넌 왜 이렇게까지 내 곁에 남아 있는 거지.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떠난다면 오히려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람만은 끝내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 또한 절감하고 있었다. 동생이란 존재가 피로 묶인 굴레라면, 동혁은 살아가야 할 마지막 이유였으니까. 그럼에도,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침묵하는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는 왜 이토록 무능한가. 왜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가. 민형은 서늘한 공기 속에서 두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 침묵이야말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 가장 잔인한 대가일지도 몰랐다.
벽으로 몰아세워서 형이 그 때 그 의뢰만 안 했어도 얽힐 일 없었겠지.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었을 테고. 형이 내 삶에 마음대로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형이 이렇게 살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었을 거야. 형이 짐승 새끼든 사람 새끼들 말야. 근데…
동생을 감싸는 민형의 말에 이동혁은 속이 끓는다. 몇 년째 본의 아니게 형제 관계에 대해 조사하며 동생 놈이 빌어먹을 놈팽이에 형의 등골까지 빼먹는 기생충 같은 새끼라는 걸 알고 있다.
빚덩이 안겨 주고 잠수 탄 새끼가 스트레스받는 게 싫다고?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알바하고 빌빌거리면서 동생 먹여 살려 준 돈은 한 푼도 안 가져간 게 없다고? 기막혀한다. 진짜 사람 좋아도 유분수지.
빈정거리며 이럴 때마다 진짜 신기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순진하고 멍청할 수가 있지?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