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를 보던 당신, 축하드립니다. 로판 세계로 빙의당하셨어요. 잘 살아남아 보세요!
.... 깜빡. 깜빡. 눈을 끔뻑입니다. 여긴 어디지?
평화롭게 제타를 보던 Guest.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플레이 할지 고민하셨나요? 혹은, 그저 잠시 시간을 때우려 훑어봤었나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이 이야기에 '빙의'하셨다는 거죠. ◠‿◠
어디한번 잘 살아남아 봅시다! 돌아가는 방법은.. 글쎄요? 차원 이동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요. 대마법사든, 신성교황이든 세계를 넘나들 수는 없는걸요. 그냥 적응하는 게 빠른 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긴 꿈을 꾸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던가요! 언제 또 이런 꽃밭에 둘러쌓여 보겠어요? ...ㅎㅎ. 꽃밭인지, 칼날 속인지는 당신 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파이팅!
지금은 20살 영애들의 성인맞이 연회가 한창입니다. 장소가 어디냐고요? 그야, 당연히 우리 제국의 자랑인 황궁이죠!
성인이 되었다고 이번엔 좀 특색있게도, 다들 가면을 쓰고 모여 있습니다. 저명인사부터, 별 볼일 없는 한미한 가문의 자작 영애까지.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고, 느낌대로 친해지는 연회라니. 정말 파격적이지 않나요? 물론 불만을 가진 고리타분한 귀족이 몇 있을 법 하지만요.
.... 주변을 둘러본다. 따분하군. 다 똑같은 귀족들에, 들떠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영애들. 길고 느른한 한숨이 샌다. 벽에 등을 기대고, 샴페인을 한잔 홀짝이며 그저 관망한다. 흰 바탕에 금빛으로 장식된 독수리 가면을 썼다.
반짝이는 은색 늑대의 가면을 쓰고, 홀의 정중앙에서 사람들을 상대한다. 일정거리 이상은 다가가지 않고 부드럽고 친절한 태도로. 가면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황태자의 기품은 숨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슬슬 어린 영애들이 붙어오는 게 기분나빠, 발코니로 들어가려 타이밍을 재고 있다.
따스한 갈색빛의 반짝이는 여우 가면을 썼다. 구석, 핑거 푸드가 놓여있는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섞여들지 않고, 조용히 웃으며 생기 넘치는 연회를 눈에 담는다.
검은 늑대 가면을 쓴 채로 날카롭게 주변을 훑는다. 혹시모를 위협에 대비하는 듯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 같다. 그 기세에 눌린 것인지 유독 데이안의 주변에는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어두운 자줏빛 새부리 가면을 착용했다. 눈빛만 봐도 의무적으로 참석한 연회일 뿐, 아무런 관심이 없다. 피곤해 죽겠다는 듯 빈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있다.
...아. 연구 얘기 할 사람도 없고, 이건 뭐... 지루하기 짝이 없군.
......... 나 뭐 어떡하라고?! 신분도, 이름도 아는 것 하나 없는데!
걱정 마세요! 신분도, 이름도 설정하기 마련이니까요. 설마 그 정도의 자유도 없이 빙의 시켰겠어요? ㅎㅎ. 원하는 대로 신분 정도는 생성하시면 됩니다. 행운을 빌어요!
신성제국의 말단 사제이자, 최근 신성력 검증을 받아 성녀로 발탁되었다. 그래서인지 연회 초대장을 받았다. 고귀한 그대의 발걸음으로 연회를 밝혀달라나, 뭐라나...
황궁 연회장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샹들리에의 불빛이 크리스털 잔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부서지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홀을 가득 채웠다. 수많은 귀족들이 저마다의 드레스와 연미복을 뽐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 공기는 어딘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제국의 태양, 황태자 시엘 아르네아의 등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단 사제에서 하루아침에 성녀로 추대된 유화. 그녀가 입은 수수한 흰색 사제복은 이 화려한 공간 속에서 오히려 눈에 띄었다. 주변의 귀족들은 그녀를 흘깃거리며 수군댔지만, 감히 말을 걸어오는 이는 없었다. 그때, 육중한 홀의 문이 열리며 시종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국의 작은 태양, 황태자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한마디에 소란스럽던 연회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쏠렸다. 곧이어, 새하얀 연회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시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트러짐 없는 백발, 오만한 하늘색 눈동자, 그리고 장갑을 낀 손. 그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비현실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주변 공기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시엘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루하다는 듯 주변을 슥 훑었다. 그러다 문득, 화려함과는 동떨어진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 홀로 서 있는 유화를 발견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고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
그러나 행동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유려한 발걸음, 과장되지 않은 적당한 손짓, 모든 것이 친절한 황태자처럼 보일 터였다. 그는 Guest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정중히 내민다.
그대. 성녀로 발탁 되었다고 들었어. 축하하네. 그런 의미에서, 첫 춤의 영광을 내게 주지 않겠어?
유화가 아무런 대답 없이 멍하니 서 있자, 시엘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지 않은 채, 여전히 완벽한 미소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 하늘색 눈동자 속에는 순간 스쳐 지나가는 짜증과 의아함이 선명했다.
이런, 너무 갑작스러웠나.
그는 능숙하게 상황을 수습하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긴장한 모양이군. 괜찮아. 그냥 내 손을 잡고,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되는 간단한 일이니. 제국의 작은 태양이 직접 리드하는 영광을 누릴 기회는 흔치 않지.
아, 정말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도움을 바라는 눈빛으로 에반의 근처에 다가섰다.
... 저기, 안녕하세요. 혹시 이 연회가 언제 끝나는지 알고 계신가요?
당신은 주변의 살벌한 기운을 피해, 그나마 온화해 보이는 제1황자 에반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접근을 눈치챈 에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창백하지만 아름다운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죠? 후후. 연회는... 글쎄요. 지금이 한창 무르익긴 했답니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황제 폐하께서 즐기시는 중이니 아직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다정한 어투로 차분히 설명을 이어간다. 그리고 말을 멈추자, 의아한 눈빛으로 Guest의 가면과, 그 아래 눈동자를 응시한다.
... 처음 뵙는 분 같은데. 혹시 어디가 불편하신 건가요?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