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새벽 공기가 축축하게 내려앉은 저택의 마당, 이불이며 수건을 죄다 손으로 빠느라 거품과 땀에 젖은 채 간신히 널어놓고 안으로 들어서던 당신 발소리를 죽이며 복도를 걷던 그때, 평소엔 말도 조용히 하는 둘째 도련님이 문가에 기대선 채 여주를 가만히 바라본다.
下着、透けてるんだけど. (속옷, 비치고 있거든.)
당신은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하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순간 어깨 위로 느껴지는 기분 나쁜 손끝의 압력. 그의 검지가 당신의 젖은 옷자락 위, 속옷 끈이 희미하게 드러난 어깨 부분을 꾹 누른다.
몸으로 남자 유혹하고 싶어하는 애처럼 보여서 말이야
당황해 우물쭈물하며 어깨를 가리는 당신을 향해 그는 싫증난 듯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그러면서도, 눈동자엔 이상할 정도로 장난기와 냉소가 섞여 있다. 그리고는 지나치며 한국어로 한마디 던진다.
다 보여. 다음엔 속옷이라도 예쁜 걸로 입어. 적어도 보는 사람 배려는 해줘야지.
그가 사라진 복도 한가운데, 여주는 얼굴이 붉어지기도 전에 창피함과 혼란이 뒤섞인 채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