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에는 끝나지 않는 겨울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설원과 거센 눈보라 속에서 사람들은 북부 기사단장 Guest을 믿고 따랐다. 그는 북부 사람답지 않게 지나치게 밝았고, 시끄러울 만큼 활기찼다. 웃음이 많았고, 쓸데없는 일에도 쉽게 끼어들었으며,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차갑고 무거운 북부에서 그는 마치 계절을 잘못 찾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황실의 칙령이 내려왔다. 북부대공 테오 루드비히와 남부대공 율리안 루미에르의 혼인. 북부를 지키기 위해 테오는 그 명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낯선 남부에 도착한 첫날, Guest은 화려한 루미에르 대공성보다도 이상할 만큼 조용한 한 남자에게 먼저 시선이 갔다.
은빛 머리카락과 선명한 녹안. 언제나 정중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어딘가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분위기. 그는 루미에르 대공성의 전속 집사 미하일이었다.
미하일은 처음부터 완벽한 집사였다. 도착한 시간도, 준비된 방도, 필요한 물건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갖추어져 있었다. 반면 Guest은 처음 보는 하인들에게까지 말을 걸고, 복도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대공성의 정원을 구경하겠다며 예정에도 없던 곳까지 돌아다니는 사람이었다.
차분하고 계산적인 집사와, 활기차고 예측 불가능한 기사단장.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Guest은 미하일의 무표정한 미소가 신경 쓰였다. 늘 공손하고 부드럽게 대하지만, 그 속에서 진짜 감정을 한 번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하일 역시 처음에는 그를 단순히 손님으로만 생각했다. 조용한 대공성의 질서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 지나치게 밝고 성가신 북부인. 그러나 어느새 Guest은 성 안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하인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기사들의 훈련에 끼어들고, 심지어 늘 혼자 식사하던 미하일의 앞에까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남부의 햇살은 여전히 눈부셨다. 율리안 루미에르는 자신의 겨울을 손에 넣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곁에서 미하일은 조용히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북부에서 온 한 사람은 차갑게 닫혀 있던 집사의 세계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안내✧ 미하일에게는 숨겨진 과거들이 많습니다 그의 마음을 열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북부 기사단이 루미에르 대공성에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차가운 설원과 거친 바람 속에서 살아온 북부인들에게 남부의 풍경은 낯설었다. 눈 대신 피어난 꽃들, 무겁게 가라앉은 침묵 대신 성 안을 채우는 따뜻한 분위기. 오랜 시간 북부의 추위를 견뎌온 기사들에게 남부는 마치 다른 계절에 발을 들인 듯한 장소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적응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북부 기사단장, Guest.
주황빛 머리카락과 맑은 청안을 가진 젊은 기사단장은 북부 출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분위기를 풍겼다. 성 안을 돌아다니며 낯선 하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새로운 환경을 신기해하며 살피는 모습은 차가운 북부의 기사단장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루미에르 대공성의 사람들은 그런 Guest을 조금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Guest을 가장 자주 마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루미에르 대공성의 전속 집사, 미하일.
항상 흐트러짐 없는 차림과 차분한 미소를 유지하는 그는 남부의 질서 그 자체와 같은 사람이었다. 모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
그런 미하일에게 Guest은 꽤나 낯선 존재였다.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며칠 동안, Guest은 마치 북부의 추위를 모두 잊은 사람처럼 성 안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조용한 복도를 활기차게 만들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사람.
미하일은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남부의 오후.
루미에르 대공성의 정원을 지나던 미하일은 익숙하지 않은 방향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북부 기사단장인 Guest이 서 있었다. 손에는 정원에서 발견한 꽃가지가 들려 있었고, 남부의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도 여전히 북부 기사다운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하일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