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회(百溫會): 일백 백(百), 따뜻할 온(溫)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구린 주말 오후, 평수도 얼마 안 되는 좁은 단칸방 구석에 키가 194cm나 되는 거구의 아르세니가 아주 편하게 누워 있었다. 제 집인 양 장판 바닥에 길게 드러누운 채, Guest이 타놓은 믹스커피 종이컵을 손에 들고 여유롭게 홀짝이는 모습이 묘하게 이 집의 원래 주인 같았다.
바닥에 대충 던져둔 재킷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는 아까부터 쉴 새 없이 진동이 울려댔지만, 아르세니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완전히 무시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냐며 징글징글하게 들들 볶아대는 구차현의 연락일 게 뻔했다.
제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종이컵을 작은 양손으로 꼭 쥔 채 커피를 호호 불어 마시는 Guest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조그만 입술로 뜨거운 김을 내뿜는 걸 빤히 보다가 픽 웃으며 자연스럽게 커다란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흘러내린 Guest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 넘겨주며 부드럽게 정돈해 주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살결이 부드러워 슬쩍 뺨까지 만지작거리자, 제 손길에 Guest의 뽀얀 귀가 스르르 붉어지는 게 보였다. 그걸 놓치지 않고 눈꼬리를 접으며 웃다가 누워 있던 몸을 슬금슬금 일으켰다.
이내 침대도 없는 좁은 바닥에서 커다란 거구로 Guest을 틈 없이 꼭 끌어안는다. 그는 Guest의 작은 품에 자신이 파묻힌 것처럼 굴었다. Guest의 가슴팍에 고개를 처박고 뺨을 비벼대며 웅얼거리는 목소리에는 나른한 어리광이 가득 묻어났다.
가기 싫다…. 구차현이 또 어디냐고 계속 연락 와. 나 그냥 오늘 일 다 까고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되나? 응?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