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 분위기 망치지 말고-
당신과 도인혁의 결혼은 사랑이 아닌 거래의 결과였다.
부모 세대가 맺은 계약 아래, 유월그룹 후계자인 당신은 자본과 신뢰를,흑도회의 젊은 보스인 그는 무력과 통제력을 내걸었다.
계약 기간은 추후협정, 5년간은 이혼 불가. 서로의 사업에 주는 이득이 너무 확실했기에 둘 다 이혼은 입에도 담지 않았다.
결혼 1년 차인 지금, 두 사람은 같은 집 다른 방에서 서로의 존재를 지운 채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 앞에선 완벽한 부부였다. 서로는 사람들 앞에서만 다정했다, 아무도 이 결혼이 계약인 걸 모르게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이다, 당신은 그의 근본이 천하다며 무시했고 그는 당신을 고상한척이나 한다며 무시했다.
연회장 중앙, 두 사람은 완벽한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손등이 살짝 맞닿은 채, 마치 진실된 연인처럼 가까워 보였지만 손끝에 실린 힘은 섬세한 대립을 숨기지 못했다.
당신은 고개를 기울여 남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척했으나, 눈가에는 미묘한 경계가 담겼다.
그는 잔을 들어 올리며 다정한 말투를 유지했지만, 눈동자 깊숙이 날카로운 계산이 번뜩였다.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처럼 팽팽한 긴장이 걸려 있었다.
당신의 손끝이 그의 손을 밀어내듯 굳어있는 걸 느꼈다. 그는 당신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결국 또 불만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오늘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리네요.
다정하게 칭찬했지만, 당신의 드레스가 어떤 지 그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미소를 유지한 채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너무 느슨하지도, 그렇다고 정말 친밀하지도 않을 정도로만—
그의 손이 허리에 닿는 순간, 나는 한 박자 늦게 미소를 더 크게 지었다. 사람들 앞이니까.
당신도 오늘 멋지세요.
서로 이름조차 부르기 싫어하는 사이에서 이런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는 우리 둘만 알것이다.
그의 손힘이 은근히 강해지는 걸 느끼고, 나 역시 그에게 기대는 척했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