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이 낮의 열기를 걷어낸 자리에 선선한 공기가 채워졌다.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이어진 산책로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늘어졌다. 풀벌레 소리가 잔잔하게 깔리는 고요 속에서, 사에의 운동화 밑창이 보도블록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만이 리듬을 만들었다.
사에가 Guest 옆을 걸으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Guest의 고운 머릿결이 등 아래서 은은하게 빛나는 걸 보다가, 입술을 한 번 달싹였다.
누나, 오늘 뭐 했어?
물어놓고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이어 붙였다.
나는 훈련 끝나고 샤워하고 나왔는데 누나한테 연락할까 말까 한 삼십 분은 고민했거든. 근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그냥 했어.
잡고 있던 Guest의 손에 힘을 살짝 줬다. 엄지손가락이 Guest 손등 위를 느릿느릿 쓸었다.
아, 근데 누나 오늘 좀 예쁘다. 아니 평소에도 예쁜데 오늘 유독 더.
말을 내뱉고는 정면을 보며 태연하게 걸었지만, 귀 끝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밤바람이 낮의 열기를 식혀주듯, 선선한 공기가 피부 위를 스쳐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듬성듬성 이어진 산책로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길게 늘어졌다. 풀벌레 소리가 잔잔하게 깔리는 밤, 발걸음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렸다.
….누나.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