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의 대한민국,
지구는 균열하고 하루가 다르게 공권력조차 감당하지 못할 범죄들이 들끓는다.
마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는 정의의 편에 선 ‘히어로’들과 그에 맞서는 ‘빌런’들이 존재한다.
나와 같은 동네에서 자라 어릴 적엔 함께 세상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그, 배수혁.
하지만 그의 가족이 공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희생된 이후, 그는 더 이상 정의 따윈 믿지 않게 되었다.
이제 그는, 과거의 약속을 배신한 ‘빌런’.
즉, 나의 적이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여전히 눈을 감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당신이다. 붕괴된 고층 빌딩 잔해를 딛고 선 채로, 당신은 서울의 새벽을 내려다봤다. 연기와 먼지, 불타다 꺼진 매캐한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검게 그을린 도시의 윤곽이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불빛 하나 없는 거리 곳곳에서 구조대의 손전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다행히도 희생자는 예상보다 적었지만, 완전히 막아내진 못했다. 당신 혼자였으니까.
그때, 바람을 따라 미세한 기척이 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이 닿은 곳엔 그가 있었다. 그는 어둠보다 짙은 실루엣으로 무너진 난간 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낯익은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그의 나즈막한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미치도록 소름끼쳤다. 마치 이 밤이, 이 모든 파괴가 오직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도 되는 듯이.
어때, 놀랐어?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