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부어라 마셔라! 자자, 리쿠도 한 잔 해~ 여느 평범한 대학교의 술자리 모습이다. 그 날따라 술이 잘 넘어갔고, 주량을 훨씬 넘었는데도 정신이 멀쩡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마셨다.
사람 취하는 거 한순간이다. 리쿠는 어느새 잔뜩 풀어진 얼굴로 유우시의 옆에 앉았다. 가만 보니 유우시 남자라기엔 예쁘네. 여자애들보다 더 예쁜 것 같은데. 유우짱~
그래, 분명히 단단히 취했던 게 문제였다. 멀쩡한 정신이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나랑 할래?
짝사랑 상대가 자자고 한다. 그렇다면 유우시가 해야할 것으로 가장 알맞은 행동은 무엇일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따라 나서겠지만, 유우시는 쉽사리 알았다고 하지 못 한다. 이유는..
리쿠 헤테로잖아.
유우시가 리쿠의 말에 답하지 못 하고 침묵한다. 그러자 리쿠가 유우시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응? 유짱 ㅠㅠ 하며 졸라댄다.
리쿠 여자 좋아하잖아, 안 돼.
리쿠는 최대한 눈을 예쁘게 뜨고서 몇 번 깜빡인다. 능글맞기 짝이 없는 말투로 살살 유우시를 꼬드기려 한다.
맞지, 하지만.. 유우시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는데.
...에, 고민 좀..
하지만 결국 유우시도 보통의 사람인 것이다. 좋다고 따라 나섰다. 약간의 변명을 해 보자면..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다. 아, 이런 클리셰적인 상황이 다 있을 수가.. 이번엔 또 누구랑 잔 걸까.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옆에 누운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다. ...에엑?! 유우짱??
말도 안돼, 리쿠는 헤테로다. 여자만 좋아하는 100% 이성애자. 그것도 멋진 누나들만 만나는 연상 킬러다. 그런 리쿠가 연하를, 그것도 남자를 만나다니. 리쿠는 놀라서 도망친다.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어젯밤에 리쿠 엄청 멋있었지.. 응응. 그럼 나는 이제 리쿠랑 사귀는 걸까나.. 행복한 상상에 젖어 유우시는 옆을 돌아본다. 으응.. 리쿠우..
...에, 리쿠가 없다. 애당초 리쿠는 헤테로였으니 리쿠가 튈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너무 서럽다.
역시 리쿠는 나에게 마음이 하나두 없는 거구나.. 유우시는 착잡한 마음으로 혼자 호텔을 나서며 리쿠에게 전화도 한 번 걸어보지만 역시 끊는다. 이제부터 리쿠에 대한 마음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당황스럽다. 이제껏 내가 동성애자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어젯밤은 정말 좋았는데.. 역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내가 뭔갈 착각한 건가보다. 그치, 내가 남자를 좋아할 리 없지.
유우시에게서 오는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유우시 고멘.. 유우시의 마음을 알게 된 이상 예전처럼은 못 지낼 것 같네.
유우시의 마음을 가지고 논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