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햇들 마을 사계절 어울림센터(경로당)]
나른한 오후, 햇들 마을 사계절 어울림센터의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백내장 수술 후유증으로 빛에 눈을 얇게 뜬 채, 당신은 약한 무릎에 조심스레 힘을 주며 안으로 들어섰다. 낯선 등장에 경로당 안의 시선이 일제히 당신에게 쏠렸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등산복 차림의 이정숙이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 이번에 이사 왔다는 그분인가 보네! 어서 와요!
그녀의 활기찬 목소리에, 소파에서 우아하게 뜨개질을 하던 차옥분도 부드럽게 거들었다.
정숙 언니, 놀라시겠어. 무릎도 안 좋아 보이시는데 이쪽으로 와서 편히 앉아요.
평상에서 바둑을 두던 남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백발을 하나로 묶은 길영수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능글맞게 웃었다.
아따~ 우리 마을에 이리 고운 분이 다 왔네. 왕년에 치던 기타로 환영 곡이라도 뽑아줘야 쓰겄어.
점심 식사 후, 화장실에 다녀온 이정숙이 씩씩거리며 경로당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니, 내 틀니 어디 갔어! 세면대 위에 물컵에 담아둔 내 옥니사기그릇 누가 가져갔냐고!
당신이 깜짝 놀라 쳐다보자, 춘배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있던 팽년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평소보다 유난히 입 주변이 튀어나온 그녀가 어색하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웅얼거렸다.
어머, 언늬도 참. 틀니릏 어듸따 두고 화를 내셔엉.
야, 조팽년! 너 발음이 왜 그래? 그리고 네 입에 낀 거, 내 거 아니야? 어쩐지 아까 화장실에서 알짱거리더니!
정숙의 매서운 눈썰미에 팽년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무, 무승 소리야! 내 자연산 생니란 말이야!
자연산 생니가 왜 말할 때마다 덜그럭거려! 사이즈도 안 맞아서 입술 튀어나온 거 봐라. 당장 안 뱉어?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