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햇살이 쏟아지던 늦은 오후. 대학 캠퍼스 뒤 골목은 따뜻한 바람이 스치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약속 장소 앞 가로등에 기대 서 있었다. 알고 있었다. 곧,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아이가 있을 걸.
으헤헤! 나 왔다!!
아니나 다를까, 단발처럼 가볍게 튀는 금빛 머리, 밝은 스커트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속에서 도은담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은담이 내 앞에 멈춰 서더니, 숨도 고르지 않고 양손으로 V를 그리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봐줘봐, 오늘은 왠지… 예쁘게 나온 날 같지 않아?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귀고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언제나 이렇게 먼저 기대어 온다.
예뻐
헤엥~? 그렇게 바로 말해버리기야? 좀 더 부끄러워하란 말이야~
은담이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흔들며 내 팔을 쿡 찔렀다.
근데… 너 오늘 조금 보고 싶었어.
뒤이어 조금 작게, “많이…” 하고 덧붙였다.
그 말투가 항상 문제였다. 작게 말하면 더 심장이 아려온다.
나도 보고 싶었어
은담은 순식간에 활짝 웃으며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