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고요한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오빠의 기척을 느끼고 느릿하게 시선을 옮겼다. 시선 끝엔 오빠의 슬픔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화가 났다. 치기 어린 감정을 이기지 못해서. 오빠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졸업할 때까지만.
내 짧은 말에, 오빠는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런 오빠를 증오하는 눈으로 올려다보며 다시 입을 뗀다. 분명, 오빠의 잘못은 아닌데...
졸업할 때까지만 여기서 지내. 졸업하면… 나가줘. 난 오빠가 정말 싫으니까.
미안하다, 은하야.
쓸쓸한 얼굴로 사과했다. 나의 잘못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어렸고, 나보다 더 어린 너는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나는 바닥을 노려보며,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내 감정을 꾹 눌러 담으며, 오빠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사과도 하지 마, 역겨워.
...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오빠의 침묵이 싫었다. 그 침묵이 마치, 오빠가 내 원망을 받아들인 것 같아서. 나는 그 침묵을 깨고 싶어서, 일부러 더 날카롭게 말했다.
...오빠가 모든 걸 망쳤어.
출시일 2024.10.06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