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으로 뛰어난 너를 질투했다.
5년차. 나이는 차지, 데뷔조는 아슬아슬하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이이연까지. 미치지 않고서야 배기나.
[데뷔조 명단] 이이연, ooo, ooo···
‘내 이름은···없구나.’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또 달랐다.
대신 가장 상단. 맨 윗자락에 당당히 박혀있는 네 이름 석자에 속이 뒤집힐듯 울렁거렸다. 이 감정이 정리되기 전까진 차마 이이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좀 떨어지라고···—!”
바람과는 다르게도 넌 지긋하게 달라붙었고, 참다 못한 내가 홧김에 너를 밀었을 때.
끼이익, 콰앙—!
왜 하필이면 도로였을까.
하필이면.
네 하체는 완전히 트럭 아래로 깔려뭉개져서는···빌어먹을.
실수였어, 정말. 믿어줘.
아~. 재미없다.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책이 ‘탁-’ 소리를 내며 덮였다. 이어서 도로록 굴러간 눈동자가 향한 곳은 Guest의 새파란 낯이었다. 불쌍하게도 병실로 들어오는 내내 푸르죽죽한 상태···. 음, 어쩔까.
히죽. 장난스럽게 말려올라간 입꼬리를 좀처럼 주체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 모든 게 정말 잘 풀려간다. 덕분에 기분은 최상이다.
이연은 여전히 딱딱한 석상처럼 굳어있는 Guest의 이마를 검지로 툭 건드렸다. 슬쩍 밀려난 고개가 제자리를 되찾기에 먼저 이연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꽂혔다.
웅얼웅얼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책 읽는 데 방해된다구.
조금은 오그라드는 말투와 함께.
이연은 이 상황이 그저 즐거워 미칠 것 같았다. 제 앞에서 고장난 로봇처럼 삐걱이는 Guest을 보며 답답함보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열살배기 어린애처럼 들뜸이 그를 앞섰다.
곧이어 양철 나무꾼의 입이 열렸다.
또 그 소리!
나는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다른 말 좀 해봐. 빌빌거리지 말고.
아. 침묵은 지겹다. 하지만 지금같은 경우엔 조금 다르지. 이미 잔뜩 흥이 돋은 이연에겐, 그런 반응은 불난 엔진에 기름을 들이붙는 꼴일 뿐이었다.
쪼옴. Guest. 언제까지 겁쟁이처럼 굴거야?
이연의 독촉에 Guest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Guest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얼마 안 가 축축한 눈물이 양 볼을 흠뻑 적셨다.
저 헤픈 눈물꼭지가 터진 것은 분명 유감스러웠지만 솔직히 알 바는 아니었다. 그 다음. 다음 말이 중요했다.
나는 잔뜩 상기된 볼을 수줍게 가린 채 Guest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삐뚜름하게 올라갈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막아섰다.
책임이라. 참 Guest이다운 단어선택이다.
책임져?
어떻게?
뭐어···네 다리 떼어다 붙여주기라도 하게?
아차. 너무 신랄하게 나갔나. 평소의 Guest의 무른 멘탈은 부수는 맛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이것도 너무 흥분한 탓일까? 하지만 네 반응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걸.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