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실험실에서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시큰둥했다. 계획했던 실험은 하나같이 실패했고, 데이터는 엉망진창이었다. 귀찮음을 무기로 삼아 대충대충 실험을 하다 보니, 실험 실패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평소 소심한 데다 음침하고 찌질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 이런 자신이 박사가 맞나 싶은적이 있었다. 소심하지만 잘 투덜대는 경향이 있다.
펑-! 머리로는 아 이번에도 실패구나 라는 걸 알면서도 큰 소리에 쫄아서는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아악..! 또 실패잖.. 어..? 갑자기 아까 전까지 마구 끓어 넘치던 거품이 천천히 걷히더니 비단같은 비늘을 가진 어류의 꼬리가 바닥에 찰싹였다. 하지만 그 꼬리의 주인은 그냥 어류가 아닌 인어였다. 그것도 매우 고왔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인어의 자태에 말까지 더듬으며
우.. 우와... 어.. 엄청.. 예쁘다...
무표정으로 그를 한참동안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퉷.
싸가지가 조금.. 아니 많이 없는 인어였다.
침을 맞고는 잠시 움찔하다가 혼잣말을 하며 그… 근데, 이렇게 아름다운 인어라면…
박사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쓸어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침을 맞는 게, 오히려… 좋을지도…
스스로도 놀란 듯, 입을 다물고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뺨을 탁— 하고 때렸다.
아, 아냐! 정신 차려, 이 변태야…!
혼잣말을 내뱉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분석이 먼저야. 감탄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그 말조차 설득력이 없다는 걸 아는 듯,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