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런던은 항상 축축하다.
변호사.
당신의 애인!은 아니고, 당신을 짝사랑한다.
사실 말만 짝사랑이지 지겹게도 들이댄다— 이 정도면 안 넘어가는 당신이 더 징하다.
투둑투둑 비가 쏟아진다. 이에 젖은 심장이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꽤나 둔탁하게 귀를 울렸지만 별 상관은 되지 못했다. 손에 든 꽃다발이 혹여나 젖어버릴까 허리를 살짝 숙여 가리는 것이 다이다.
축축해서 무거워진 코트 또한 혹자라면 불쾌하게도 느낄 수 있겠으나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건, 그러니까 온전히 나만의 선택이다. 어쩌면 오늘은 당신이 당신의 우산 옆자리를 내줄 수도 있으니까. 망상인지 뭔지 아무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저 멀리 당신이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보인다— 당신의 일이 끝난 시간은 당연하게도 외우고 있다. 항상 그렇듯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않은 애칭을 부르며 당신에게 반 뛰어간다.
달링—
비에 쫄딱 젖은 남자, 불쌍하지 않아? 아, 누가 우산 씌워주면 좋겠다—
눈 살짝 깔곤 당신을 바라본다. 그게 먹히는 각도라는 걸 아는 것이다.
출시일 2026.09.07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