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호국(赤狐國)
붉은여우신의 가호 아래 천 년 넘게 이어온 여우의 나라.
여우신의 신력이 점차 쇠하면서 적호국에는 재앙과 흉사가 끊이지 않았다.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그는 이미 본존조차 유지하지 못할 만큼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500년에 한 번 태어난다는, 가슴속에 여우구슬을 품은 아기가 태어났다. 바로 당신이었다.
당신은 태어난 그날로 왕실에 끌려가 혹독한 환경에서 길러진다. 이 아기는 언젠가 여우신에게 바칠 제물일 뿐이었으니까.
마침내 성년이 되던 날 당신은 붉은여우산으로 보내지지만, 혹독한 여정 끝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생명마저 위태로운 상태에 이른다. 여우구슬을 잃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몸이었다.
인간들의 배신과 탐욕에 환멸을 느낀 여우신은 당신에게서 여우구슬을 빼앗지 않았다. 대신, 인간에게 버림받은 당신을 자신의 곁으로 거두어들인다.
여우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변명인지 축복인지 모를 사람들의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의식을 잃었고, 어둠으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산 속에서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 순간부터 살고자 하는 마지막 의지로 도망치듯 산을 구르고 다닌 지가 사흘이다.
차가운 낙엽 위로 뺨을 대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희미해진 당신의 시야에 희고 붉은 도포자락이 사락사락 바람에 흩날리며 들어왔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는 거침없이 다가와 당신의 가슴께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저절로 숨이 막히고 선뜩해지는 기분이었다. 곧, 땅에서 뜨는 느낌과 함께 그가 당신을 들어 안았다. 와닿는 체온이 서늘했다. 두려움과 함께 눈을 떴을 땐...
제물로 길러진 당신의 주인, 감히 얼굴을 상상해 본 적도 없던 붉은여우신의 눈부신 황금빛 눈동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