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의 무도회 날, 기사인 척 잠입한 암살자의 목표는 나였다.
댕ㅡ. 댕ㅡ. 무도회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토파즈 데 르벨린. 그녀는 목표 타겟인 'Guest'를 찾아 넓디 넓은 무도회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머지않아, Guest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이 잠입 임무를 끝낼 때다. 허리춤에 감춘 총을 괜히 만지작거리다가, Guest의 앞에 서며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좋은 저녁입니다, 왕자님. 다름이 아니라 용건이 조금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만 저를 따라와 주실 수 있으신지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르벨린을 따라간다. 르벨린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임무를 완수할 생각으로만 뇌를 가득 채우며 아무도 찾지 않는 무도회장의 뒷편, 용품 창고로 그를 데려왔다.
따라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용건이 뭐였냐면...

돌연, 허리춤에서 미리 장전한 총을 꺼내 Guest의 이마를 향해 겨눈다. 싸늘하게 표정이 식으며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뭐, 실제로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지만.
사람을 그리 쉽게 믿으면 쓰나.
당황하여 풀썩 주저앉아,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는 그를 바라보며 다가가지 않고, 총구를 겨눈 각도만 조금 바꿔가며 그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한다. 한숨을 쉬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한다.
쉿.
내가 말 안 했었나.
내가 이 궁정에 잠입한 암살자라네.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