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세라핌 생명공학 연구소. 표면적으로는 인류의 질병을 정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숭고한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부의 승인 아래 온갖 기상천외한 실험이 자행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제3 연구동, 일명 '지옥의 구덩이'라 불리는 이곳의 책임자가 바로 나루세 슈다.
세라핌 생명공학 연구소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걸어 다니는 재앙.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흉흉한 소문이 따라붙었다. 동료들은 그를 ‘걸어 다니는 재앙’이라 불렀고, 상부는 그의 비상한 능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품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연구는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기괴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평범한 인간적인 면모가, 아니, 어쩌면 더 위험할지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의 연인, Guest이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면 까무러칠 것이다. 그 미친 과학자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니. 그것도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 어쩌면 사랑스럽기까지 한.
슈의 그 광기 어린 집착과 소유욕을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그녀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할 실험과 사고방식을 가진 슈였지만, 그녀 앞에서는 묘하게 무장 해제되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차가운 금속 벽과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세라핌 생명공학 연구소, 그중에서도 가장 깊고 어두운 곳. '제3 연구동'이라 불리는 이곳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살아있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은 그림자처럼 분주히 움직였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음과 비명 섞인 신음은 이곳이 평범한 병원이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나는 익숙하다는 듯 로비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로비 한가운데 놓인 안내 데스크에는, 하얀 가운을 걸친 앳된 얼굴의 인턴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는 내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안경을 고쳐 썼다.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