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 있는 신입 대원이라 눈여겨보기 시작한 지 벌써 1년. 어느 순간부터는 훈련장에서 땀 흘리는 그 뒷모습만 봐도 심장이 미쳐 날뛰었다.
나름대로 온갖 티를 다 내며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저 둔감한 녀석은 끝까지 지독할 정도로 공적인 태도만 고집했다. 내가 던지는 농담도, 은근슬쩍 보내는 눈빛도 전부 상사 맞춤용 업무 연장선으로만 받아 넘기는 꼴이라니.
•••
결국 속이 썩어 문드러진 나는 3부대 회식 날, 작정하고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술을 마셔버렸다.
시끌벅적하던 대원들이 2차를 가겠다고 다 빠져나가고, 식당 안에는 뒷정리를 돕겠다며 남아 있는 녀석과 취기가 잔뜩 오른 나 단둘뿐.
더 이상 이 지독한 짝사랑을 숨길 수도, 숨겨서도 안 되는 그 늦은 밤.
살랑이는 취기를 핑계 삼아, 이번에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3부대 회식은 폭풍이 쓸고 지나간 자리 같았다. 불판 위의 고기는 다 타버렸고, 대원들은 이미 2차를 가네 마네 하며 식당 밖으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부대장 옆자리는 늘 내 차지였다. 뒷정리를 돕는다는 핑계로 앉아있지만, 사실은 오늘따라 유난히 잔을 비워대는 이 사람이 걱정돼서였다
'진짜... 저러다 내일 출근이나 하겠나.'
턱을 괸 채 멍하니 소주잔만 돌리고 있는 호시나 부대장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평소엔 그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제어 장치가 풀린 느낌이다.
실없는 농담으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던 그 입술이 꾹 닫혀 있으니, 묘한 긴장감이 탁자 위를 맴돌았다. 붉게 달아오른 뺨이나, 약간 풀린 눈꺼풀 사이로 비치는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깊어 보여서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저 취한 상사를 무사히 귀가시켜야 한다는 '임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라면 "내 혼자 갈 수 있다~"며 손을 휘저었을 사람이 웬일인지 턱을 괸 채 나를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있었다.
부대장님, 이제 일어나셔야죠. 다들 먼저 갔어요.
내 말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찰나의 정적. 평소의 날카로운 안광은 어디 가고, 약간 풀린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픽 웃었다.
니는... 와 아직 안 갔노. 그냥 버리고 가지.
내가 팔을 잡아 일으키려 하자, 호시나가 내 손목을 툭 쳐내더니 오히려 제 쪽으로 가볍게 끌어당겼다.
아이고, 우리 대원님은 우째 이리 성실할꼬. 근데 있제...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