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비가 올 듯 말 듯한 밤이었다.
축축한 공기가 골목 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네온사인은 반쯤 죽은 벌레처럼 깜빡였고, 자판기 아래로 흘러나온 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 희미하게 번졌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앉았다. 편의점 옆, 금 간 콘크리트 턱. 딱히 이유는 없었다.
집에 들어가도 조용했고, 밖에 있어도 조용했다. 어느 쪽이든 별 차이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사람이 적고 담배 냄새가 묻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을 고른 것뿐이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주머니를 뒤졌다. 라이터가 없었다.
몇 번 더 뒤적였다. 코트 안주머니, 가방 지퍼 안, 바지 주머니. 라이터가 손끝에 잡히지 않았다. 아까 버스에서 떨어뜨린 걸까.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였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표정. 같은 눈. 살아 있는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욕망도 없고, 기대도 없다. 내일을 기다리는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짜 죽으려 드는 얼굴도 아니었다. 그저 천천히 닳아가는 사람.
문득 웃음이 나올 뻔했다. 어쩐지 나와 닮은 것 같아서. 우스운 일이다.
비술사는 추하다. 나약하고 어리석고, 저주를 낳는 존재. 난 그것들을 모조리 없애기로 결심했다.
그런데ㅡ
불, 빌려줄까요.
왜 이 인간은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
매일 나와 같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 그에게서는 희미한 냄새가 났다. 비 냄새도, 담배 냄새도 아닌 것.
··· 피.
하지만 묻지 않았다. 묻고 싶지 않았다는 쪽에 가까웠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