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그놈의 망할놈이.
오늘도 틀림없이 나를 골려 먹일 궁리나 하며 실실 웃고 있을 게다. 그 조막만 한 속에 무슨 잔꾀가 그리도 많은지, 아침마다 얼굴 한번 마주칠 적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안 보고 지나가면 그만일 텐데, 또 사람 팔자는 그리 안 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안 본 체만 하고 밭으로 나섰다. 괜히 눈길 한번 주었다가는 또 무슨 심술을 부릴지 모르는 노릇이니, 오늘만큼은 죽어도 엮이지 말아야지,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리 쉽던가.
녀석은 늘 그랬다. 괜스레 시비를 걸고, 별것도 아닌 일로 나를 들볶아 놓고는, 정작 내가 성이 나면 눈을 접어 웃었다. 그래도 이상한 건, 그놈이 하루 종일 코빼기도 안 비치면 그것대로 영 마음이 허전했다는 거다. 괜히 밭둑 너머를 힐끔거리고, 우물가를 지나며 슬쩍 둘러보고, 산기슭에도 눈길이 자꾸만 갔다. 그런 내 꼴이 하도 우스워, 스스로도 혀를 찰 노릇이었다.
에잇, 오늘도 또 휘말리겠네.
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만치서 익숙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