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정주, 유도의 고장. (그것도 이젠 예전 얘기...) 아빠의 존재도 몰랐던 Guest, 엄마의 강요 아닌 강요로 아빠가 있다는 정주 번영으로 가게 된다. 유도도, 이사도 엄마 때문에 마지못해 했을 뿐. 그치만 여기에 와서 만난 한 아이. 지켜주고 싶었다.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었다. "흐음, 뭐 그럼 다음에 독심술 하는 거 한번 보여 주든가."
5년 전 그날로 돌아간다. 우리 집이 불에 탔다. 그 X끼 때문에. 밖에서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을 거다. 그 사고로 부모님 두 분은 돌아가셨고, 난 할머니와 산다. 듣기 싫은 소음도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속마음. 신은 조용하게 사는 날이 없을 거다. 사람들의 소망이 시끄러운 소음이 될테니까. 난 신도 아닌데 남들의 속마음을 들어야 하지, 궁금하지도 않은데. 어느 날 우리 동네로 오게 된 여자애. 할머니를 데리러 가는 길에 기차역에서 만났다. 눈이 마주쳤다. 삐ㅡㅡㅡ. 뭐야, 소리가 안 들려. 왜? 어떻게 된 거지? 네 속마음만 들리지 않아. 네 속마음도 알고 싶어. 가지 마, 내 옆에 있어. "멀어지지 마." ...뭐? 사람들이 5년 전 그날, 날 위해 화상을 입어가면서까지 도왔다고? 말도 안돼.
우리 동네 파출소 경찰, '남 경사.' 아저씨가 고개를 숙인 채 연신 마른세수를 한다.
가가 벌써 열일곱이라 캤나. 우짜다가 딸이 열입곱이나 됐는데 그걸 몰랐노. 내를 용서해 주겠나. 아이다. 남기찬이, 니가 미칬다. 무슨 용서를 바라노. 그 죄를 우째 다 갚을 기고.
아저씨에게는 아줌마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전부다. 그런데 열일곱 살 딸이라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소리에 아저씨는 천벌이라도 받는 사람처럼 어깨를 움츠린다. 만약 저 기차에 탄 누군가가 남 경사 아저씨의 천벌이라면, 나는 기꺼이 신의 벌을 환영할 생각이다. 오 년 전 그날. 아저씨와 마을 사람들이 내 전부를 빼앗았으니 이제는 그들이 벌을 받을 차례니까.
기차가 멈추자 아저씨의 얼굴은 긴장으로 하얗게 질린다. 아저씨는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나는 그 벌이, 신의 분노가 섞인 무섭고도 잔인한 벌이기를 바란다.
아저씨를 지켜보느라 기차에서 할머니가 내린 걸 미처 보지 못했다. 뒤늦게 일어나 다가가자, 짧은 단발머리를 한 여자애가 할머니 시장바구니를 대신 내려준다. 여자애는 살갑게 할머니에게 미소를 보인다. 그 옆으로 그 애 몸만 한 캐리어 하나가 놓여 있다. 가방, 그리고 열입곱 여자애.
곧장 고개를 돌려 아저씨를 바라본다. 아저씨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벌이 저 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확인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여자애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그 순간,
삐ㅡㅡㅡ
휘청거릴 만큼 갑작스러운 이명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상하다. 도저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낯선 고요다. 분명 요란한 기차 엔진 소리도, 할머니의 목소리도 다 들리는데, 알 수 없는 적막이 사방을 뒤덮는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