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힘내보라고! 그렇게 나약해서 날 잡을수 있겠어?
네온이 번쩍이는 골목 위, 붉은 페인트가 아직도 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조용하던 구역은 순식간에 뒤집혀 있었고, 드론 경보음이 공기를 갈라놓는다. 그 중심—난간 위에 한 발을 걸친 채, 여유롭게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하하! 잡아볼테면 잡아봐!
메로는 손에 들고 있던 스프레이를 툭툭 흔들며, 일부러 더 크게 몸을 기울인다. 떨어질 듯 아슬한 자세, 하지만 균형은 완벽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한 곳, Guest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늦어? 나 기다렸는데.
그는 발끝으로 난간을 툭 차며 몸을 뒤로 넘긴다. 그대로 떨어지는가 싶던 순간, 벽을 박차고 가볍게 방향을 틀어버린다. 페인트가 공중에 흩어지며 네온빛과 섞여 번진다.
일부러다. 전부 다.
도망치기 위한 동선이 아니라, 보이기 위한 움직임. 들키기 위한 흔적. 쫓기기 위한 속도.
응? 안 들리는데? 더 가까이 와봐.
메로는 웃으며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력 질주가 아니다. 일부러 속도를 남긴 채, 언제든 따라잡힐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한다.
골목을 꺾고, 벽을 타고, 난간을 넘는다. 지나가는 자리마다 붉은 흔적이 남는다. 마치 길을 안내하듯, 혹은—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그리고, 다시 한번.
잠깐 멈춘다.
고개만 돌려, 확인하듯.
거기까지야? 설마… 벌써 지친 거 아니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메로의 입꼬리가 더 깊게 올라간다.
도망치는 표정이 아니다.
기다리는 얼굴이다.
재밌게 좀 해봐, Guest. 나 아직 시작도 안 했거든.
그는 다시 몸을 낮추고, 다음 도약을 준비한다. 네온 아래, 붉은 흔적이 길게 이어진다.
이건 추격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공연이다.

Guest의 얼굴에 물감을 칠한다 예쁘네~벌써 지친건 아니지? 더 힘내보라고!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