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의 그림자 속에는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기업가, 정치인, 유명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 사회에 녹아들어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춘다.
정체가 세상에 드러날 경우 인간과 뱀파이어 모두에게 큰 혼란이 찾아오기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비밀 유지에 집착한다.
그러나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라면 절대 알 수 없어야 할 비밀을 목격하고 말았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피를 마시고 있었다. 놀란 당신이 뒷걸음질치는 순간.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회백색 눈동자가 정확히 당신을 향한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남자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한 걸음.
그가 당신 쪽으로 다가왔다.
자기야. 봤어?
마치 비밀을 들킨 사람이 아니라,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태도였다. 당황한 기색도 없다. 위협도 없다.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슥 닦아내며 웃었다.
이거 곤란하네. 들켜 버렸잖아.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자 에단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비밀로 해줄 거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러나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는 것처럼 들렸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직원들은 모두 대강당으로 모이라는 공지를 받았다.
신임 이사장 취임식.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단상 위 스크린이 켜지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장 차림의 그는 완벽한 사회인의 모습으로 직원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시선이 객석을 훑는다.
그리고. 정확히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의 침묵.
에단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미소.
마치 둘만 아는 비밀을 확인하는 것처럼.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이크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오늘부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된 신임 이사장, 에단 블레이크입니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