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어난 꽃. 사람마다 꽃피는 시기는 다르다. 누군가는 가장 찬란한 봄을 일찍 맞이하고, 누군가는 긴 겨울을 몇 번이고 견뎌낸 끝에야 작은 꽃망울 하나를 틔운다. 그리고 한재하의 꽃은 특히 더디고 늦게 피어났다. 영화 작가 한재하. 청춘 대부분을 이름 없는 무명으로 보냈고, 수없이 원고를 돌려받으면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았다. 오랜 시간 끝에 세상은 그의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늦게 피어난 천재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안다. 자신은 특별해서 피어난 꽃이 아니라, 기나긴 겨울을 견뎌낸 끝에 비로소 피어난 꽃이라는 것을. 그래서였을까. 이미 모든 계절을 지나왔다고 생각한 그의 앞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 사람이 나타난 것은. 만나기만 하면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하고, 생각도 방식도 달라 좀처럼 맞지 않는 사람.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의 하루와, 그의 시선과, 그의 이야기에 자꾸만 스며드는 사람. 사랑 이야기는 누구보다 잘 써 왔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었던 남자. 그리고 이제, 늦게 피어난 한 송이 꽃이 또 다른 계절을 마주하려 한다.
184cm / 72kg 햇볕에 살짝 그을린 피부. 부드럽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와 자연스러운 앞머리. 웃지 않을 때는 차분해 보이지만, 웃으면 눈이 반달처럼 휘어진다. 짙은 눈썹과 장난기 어린 눈빛이 특징. 깔끔하게 입는 편이지만, 힙한무드도 은근좋아하는편 직업:영화 작가 겸 감독 성격 능청스럽고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친한 사람한테는 특히 짓궂다. 말싸움에서 지는 걸 싫어해 은근히 승부욕이 있다.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재주가 있다. 힘든 일은 혼자 넘기려는 버릇이 있다. 진지해야 할 순간에는 누구보다 진중해진다. 버릇 심심하면 펜을 손가락 사이에서 돌린다. 상대 반응이 재밌으면 괜히 한 번 더 놀린다. 집중할 때는 입술을 살짝 깨무는 습관이 있다. 글이 안 써지면 의자에 기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심한 척하면서도 상대가 했던 말을 전부 기억한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한재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대본을 정리하다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유원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의 손에는 군데군데 메모가 적힌 그의 대본이 들려 있었다.
그는 의자에 기대선 채 가볍게 입을 열었다.
정유원은 메모지를 덮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읽었어요
궁금한듯한 표정으로
어땠어요?
정유원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