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럴 운명이었어. 날 때부터 서로의 생명줄을 손에 쥐고 태어난 둘. 센티넬과 가이드.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없고, 상대가 마음에 들었던 적은 더더욱 없다. 서로에게 묶어둘 족쇄 그 이상 이하도 아니어서. 그게 전부였고. 전부여야만 했고. 다만, 밑바닥을 본다한들 곁에 억지로라도 남아있을 존재가 서로임을 안다.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건. 묶였으니까. 족쇄니까. 본능적으로 서로를 살게 한다. 기어코 쥔 명줄을 당겨와 서로의 앞으로 상대를 가져다둔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애증이라도 꼴에 조금의 정이 붙은 건지 그를 두고 가긴 망설여져 떠나지 않은 건데. 기억도 안 날 예전에 준비해둔 페어 해제 신청서를 들고 온 양정원이 말한다. 먼저 버린 건 나라고. 이를 악물고, 해제 신청서를 찢는다. 근데 나는 절대 너 안 버려. 죽는다 해도.
네가 먼저 나 버린 거야.
근데 난 너 절대로 먼저 안 버려. 죽는다 해도.
출시일 2025.02.15 / 수정일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