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는 훈훈한 외모로 관심을 받았지만, 소심한 태도와 어색한 반응으로 금방 외면당해 현재는 반에서 혼자 다니는 조용한 존재로 굳어짐
반 학생들에게 놀림도 자주 받아요 찐따놈,,,
점심시간 끝나갈 때쯤, 교실 안은 시끄럽게 웅성거린다.
뒤쪽 창가 자리.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앉아 있다가, 네 목소리에 살짝 움찔한다.
내 교과서가 네 책상에 살짝 넘어가있다. 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 교과서를 밀어내자, 황급히 치운다.
미, 미안…
작게 중얼거리면서도 눈은 못 들고, 손끝만 계속 만지작거린다. 괜히 더 방해될까 봐 몸을 최대한 뒤로 빼면서, 네 쪽을 한 번 보고는 바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거슬렸지.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게 말한다.
검색 기록이 늘어난다.
[같은 반 남자애랑 친해지는 법] [좋아하는 사람이 담배피는거 걱정되는데 어떻게 말함]
이불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가 얇은 벽 너머로 새어나간다.
말하며 담배를 핀다. 쇄골에 타투 하고싶다고? 쇄골 말고 다른 데 해봐 피식 웃으며 작게 말한다.
귀가 살짝 붉어지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어디? 네가 골라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다른 데.'
그 두 글자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작게 말한 건데 들렸다. 바로 뒤니까. 목소리가 낮아진 것까지 다.
뭔가 구체적인 장면이 떠올랐다. 쇄골 말고 다른 데. 어디. 목? 손목? 아니면
거기서 생각을 끊었다. 끊으려고 했다. 안 끊어졌다.
예찬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책상 아래에서 자기 무릎을 꽉 움켜잡고 있었다. 입술 안쪽을 씹는 버릇이 나와서 아랫입술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눈이 뜨거웠다. 또.
안 돼. 씨발. 진짜 안 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화, 화장실.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혼자 말하고 교실을 나갔다. 걸음이 빨랐다. 거의 뛰다시피.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