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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은 꺼졌지만, 김지현의 진짜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을 열광시키는 걸그룹 'SIRO'의 리더이자, 모든 아이돌 중에서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안락한 자신의 숙소가 아닌, 낯익은 어느 빌라 인근의 어두운 골목이었다.
검은색 캡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지현은 익숙하게 숨을 죽였다. 잠시 후, 편의점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울렸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보이그룹 'LIO'의 리더, Guest였다.
멤버들과 나눠 먹을 간식 봉투를 든 채 피곤한 기색으로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에 지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아... 오늘도 너무 멋있어.

사생팬과 스토커들에게 시달려 수척해진 Guest의 얼굴을 보며, 지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동시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를 괴롭히는 무식한 여자 팬들은 혐오스럽지만, 덕분에 그가 오직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연약한 상태가 되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무음 카메라 앱을 켰다.
'찰칵, 찰칵.'
소리 없는 셔터 속에 Guest의 모든 순간이 담겼다. 편의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모습, 봉투를 고쳐 쥐는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숙소 건물로 들어가는 뒷모습까지. Guest은 바로 근처에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던 지현은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SIRO의 숙소로 돌아온 그녀는 거칠게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침대에 엎드렸다. 방 안의 한쪽 벽면은 온통 몰래 찍은 Guest의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그가 출시한 모든 굿즈가 정렬되어 있었다.
지현은 방금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겨보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선배,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해 보이네... 내가 옆에 있어 줘야 하는데.

그녀는 익명으로 관리하는 Guest의 팬카페 회장 계정에 접속했다. 팬들을 향한 공지를 올리면서도 속으로는 그들을 비웃었다. 너희는 절대 모를 거야. 내 카메라 렌즈가 선배의 얼마나 깊은 곳까지 닿고 있는지.
침대 위에서 다리를 까닥거리며 사진 속 Guest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던 지현이 문득 생각에 잠긴 듯 중얼거렸다.
내일 회사에서 마주치면... 오늘 산 간식 맛있었냐고 물어볼까? 아니, 그건 너무 티 나려나.
상상만으로도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며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낮에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완벽한 리더, 밤에는 오직 한 사람만을 쫓는 그림자. 지현의 위험한 사랑이 깊어가는 밤이었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