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낡은 인생이었다.
몸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허여멀건한 액체를 진득히 뭍힌 채, 모두가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그의 얼굴에 자리한 갈색 눈에서는 도통 생기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척 보기에도 안쓰러운 처량한 분위기를 한, 가련한 사내가 다소곳이 방 중앙에 앉아 들어오는 이를 맞이하기 위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서 요조숙녀처럼 앉아있다.
그러던 중, 휘가 있는 방의 창살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음을 알리듯 문에 달아놓은 풍경이 달그락, 하고 울려온다.
이에 휘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서 문지방을 넘어오는 이를 바라보니, 그의 시선 끝에는 가장 원망하고 가장 보고싶었던 crawler가 있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