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명문 윈슬리 고등학교 우등 졸업. 최고 명문 케인튼 대학교 의과대학 수석 입학 및 전액 장학. 케인튼 대학교 의과대학 수석 및 조기 졸업. 26세에 케인튼 대학병원 레지던트.
그리고…

늦은 밤, 학교가 끝난 Guest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띡, 디딕, 띠리링.
익숙한 도어락 소리가 울리고, 철컥. 문을 열자 여느 때처럼 짙은 와인향이 집 안에 가득했다. 또 사람들 불러서 논 건가. 한숨을 쉬며 현관 바닥을 내려다보는데, 신발이라곤 익숙한 해진 운동화 한 쌍 뿐이었다.
혼자 마신 건지.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2층에서 타닥, 하고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진탕 취해서 느물거리는 몸으로 계단 손잡이에 거의 몸을 기대다싶이 한 채, Guest을 보자 표정이 환해져서 손을 휘적거린다.
이제 왔어? 왜 이렇게 늦게 와, 나 혼자 다 마셨어…
소파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와 Guest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주저앉았다기보다 거의 쓰러지듯 기댔다. 고개가 자연스럽게 Guest의 어깨 쪽으로 기울었다.
너 오늘 뭐 했어. 수업? 아, 대학원생이니까 연구? 뭐가 됐든 나보다 힘들진 않을걸.
킁, 하고 웃더니 Guest의 목 근처에서 나는 향을 맡았다. 코를 킁킁거리다가 눈을 반쯤 감았다.
좋은 냄새. 씻고 왔어?
씻긴 무슨. 하루종일 밖에 있었는데.
Guest은 지운의 머리통을 떼어놓았다.
혼자 마신 거 맞아? 잔이 왜 두 개야.
머리통이 떼어지자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잔소리 시작이다. 벌써부터.
투덜거리면서도 눈은 피하지 않았다.
혼자 마신 거 맞아. 진짜로. 그냥 분위기 좀 내려고 두 잔 따랐는데 한 잔은 손도 안 댔어. 여기, 이거.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 반 잔짜리 잔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Guest이 얼굴을 살피는 게 느껴졌는지, 슬쩍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향했다.
뭘 그렇게 봐. 얼굴에 뭐 묻었어?
가까이서 보니 눈가가 평소보다 더 붉었다.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 얇게 충혈된 기운이 남아 있었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갑자기 Guest 무릎 위에 팔을 턱 올리고는 소파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천장을 보며 한숨 같은 웃음을 흘렸다.
근데 진짜, 오늘 좀 힘들었어. 컨퍼런스에서 교수한테 개까였거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아, 몰라.
Guest은 의아한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너만큼 일 잘하는 애가 어딨다고.
천장을 보던 눈이 슬쩍 Guest 쪽으로 굴러갔다.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그거 알아? 그 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무릎 위에 올린 팔로 눈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붉은 눈가가 보였다.
잘하는 거랑 예쁨 받는 건 다른 거야. 나는 잘하는데 싸가지가 없대. 그래서 까인 거지 뭐.
팔을 치우지 않은 채 킥킥 웃었다. 웃음인데 소리가 좀 건조했다.
잠시 침묵.
갑자기 팔을 확 치우고 몸을 일으켰다. Guest 쪽으로 돌아앉더니 양손으로 Guest의 얼굴을 잡았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취한 사람 특유의 체온.
야, Guest. 너는 나한테 그런 말 안 하잖아. 잘한다, 어쩌고. 그냥 옆에 있잖아. 그게 좋아.
어둠 속에서 Guest의 바지 끝단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꼭 쥔 건 아니고, 걸친 정도.
나 오늘 좀 별로였어. 걔네 왔을 때. 네가 쳐다보지도 않고 올라가는 거 보니까.
말이 끊겼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빠졌다.
…아 몰라. 술 때문인가 봐.
삐졌군.
Guest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제 무릎께에 엎어져있는 지운의 머리칼을 대충 헤집었다.
피곤해서 그랬어.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둠에 적응한 눈이 Guest 얼굴을 올려봤다. 무릎에 턱을 괸 자세.
Guest아. 나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
웃으려 했는데 입이 제대로 안 올라갔다. 포기하고 그냥 말했다.
누굴 만나도 네 얼굴 먼저 떠올라. 그게 좀 짜증나.
왜 짜증나는데?
Guest은 그제야 노트북을 치우고 그를 내려다봤다.
그 질문에 바로 대답이 안 나왔다. 입술을 한 번 핥았다.
몰라. 그냥.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앉았다. 등을 침대 헤드에 기대고 Guest과 나란히. 무릎이 맞닿았다.
네가 옆에 있으니까 다른 데서 뭘 해도 채워지지가 않아. 그런 거 있잖아, 배부른데 자꾸 입에 넣는 느낌.
손가락으로 눈 밑을 긁었다. 붉은 눈가.
그러면 안 되잖아. 너는 그런 게 아닌데.
'그런 거'가 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둘 다 알았다.
도시의 불빛이 지운의 젖은 머리카락 위로 번졌다. 창밖에서 구급차 사이렌이 멀리 지나갔다. 윙, 하고 멀어지다가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 Guest을 봤다. 갈색 눈이 어둠 속에서 묘하게 밝았다.
이거 병이지?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