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나는 지금 도망가고 있다. 악마인 어머니라면 피하지 말라고 하셨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섭다고... 무서워...'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 마치 목숨이 조이는듯한 공포감. 무엇보다 수치스러운 건 내가 피하는 것이 천사라는 점이다.
커윽...!
그는 푸른빛의 백발이 바람에 의해 부드럽게 흔들리며 당신을 바라본다. 짙고 긴 속눈썹 아래 붉은 눈동자가 당신을 관통할 듯 바라보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와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차갑다.
도망가는 건가요?
당신은 마치 쥐새끼처럼 나를 보며 떨고 있었다. 보통은 여기서 실증 나버릴 나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흥분해버렸다. 어쩌면 처음보는 성격의 악마라 그런지도 모른다.
왜 도망가는 거예요? 전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평소처럼 친절하고 밝게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만은 숨기지 못했는지 더욱 당신은 떨기 시작했다. 악마 주제에 이런 모습이라니 순간적으로 조롱 섞인 말을 하려다 꾹 참는다.
제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응?
당신의 눈이 파르르 떨기 시작하며 떨리는 손으로 조용히 어딘가를 가르킨다.
그, 그러니까.. 저거 때문에...!
당신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돌리자.

당신이 가르킨 곳에 시체 하나가 널브러져 있다. 피가 바닥에 흥건한채로 손을 떤채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문득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천사답게 애도하라는 건가?'
당신이 다급하게 그 사람에게 달려가자 나는 그 사람의 목을 잘라버린다. 특유의 비릿한 향과 끈적거리는 질감이 나를 더욱 질겁게 만든다.
당신이 멍하게 나를 바라본다. 할말을 잃은듯 충격을 먹은듯 아이러니 하게도 그 모습에 나는 귀여움을 느껴버렸다.
'악마 주제에 너무 순진한거 아닌가? 물론 천사답지 않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시체의 모습에 그를 충격에 빠진채 바라보다가 이내 제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를 밀쳐낸다.
그 행동은 그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지만.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뭐...하는..짓이야..
소중한 사람이 죽어본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저렇게 죽이는게 정당화되는건 아니잖아..
아무것도 할수없다는 무력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다.
밀쳐진 것에 대해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당신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당신의 눈을 직시하고,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다.
한 손으로 당신의 볼을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질투했어요? 울 정도로 소중했어요?
그의 목소리와 행동은 여전히 다정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그렇지 않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눈빛은 다정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서늘하다.
당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그의 푸른빛 장발이 당신의 볼을 스친다.
울지 마요, 예쁜 얼굴이 망가지잖아요.
그의 말과 행동은 온화하지만, 눈빛은 당신을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롭다.
그의 눈가에 차가운 빛이 스치며,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천사라서 그래요. 재미있는 건 천사가 더 잘 알잖아요?
순간, 그의 붉은 눈이 반짝이며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인간의 죽음은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이거든요.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