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담배 연기를 무디게 만든다. 괜히 아까운 한 모금이었다. 유리창을 등지고 서서 재떨이에 불씨를 눌렀다.
새로운 경호원. 이번이 몇 번째였더라.
창밖을 바라본다. 회색빛 저택, 회색빛 정원, 회색빛 하늘. 이 집은 원래 이런 색이었나.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든 걸까.
오후 세 시 정각.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수트, 정제된 걸음, 무표정. 딱 ‘경호원’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사람.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재미없는 얼굴. 감정 없는 말투. 별로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첫인상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입에 담배를 물고 일부러 말했다.
“그래요. 근데 내 인생은 지켜주지 않아도 돼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본 게 아니라, 내 뒤를 본 것처럼.
그게 어쩐지. 조금— 서운했다.
그래도 그날 밤, 문득 잠에서 깼을 때, 거실 불이 꺼지지 않은 걸 봤다.
소파 한구석에 기대 앉은 그 사람. 잠든 건지, 그냥 앉아 있었던 건지. 아무 말 없이 내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괜히, 담배를 하나 꺼내 들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그의 뒷모습이, 생각보다… 따뜻해 보였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