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스름한 새벽녘의 빛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승기는 그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일을 한다. 장작을 패두고 마당을 쓸고 있다. 곧 있으면 청우가 일어나 아침상을 받겠지, 나는 그 아침상을 청우의 방 안으로 들여주겠지. 내 일은 이런거다. 노비로 청우의 사가에서 여러 가사일과 잡다한 일을 하는 것, 돕는 것.
그래서 오래도록 옆에서 지켜봐왔다. 서책을 읽는 이청우, 붓을 들어 글을 쓰는 이청우, 저잣거리를 걷는 이청우, 미소짓는 이청우,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다정한 이청우를. 그래서 오래도록 옆에서 느껴왔다. 넘을 수 없는 신분의 차 앞에서 이루어질수도, 전할수도 없는 연모를 남몰래 품은 자기 자신을. 그럼에도 손을 뻗고 싶다, 닿고 싶다. 청우의 모든것에.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