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코마 고죠 제1 체육관. 오랜만에 반으로 갈린 체육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전기가 튀었다. 원인은 Guest.
공이 튀기는 소리가 넘치는 체육관에서 여자 배구부 주장, Guest은 제 몸집만 한 가방을 메고 다닐 때만 해도 초등학생으로 오해받기 일쑤였지만, 코트 위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사나운 '작은 거인'이었다.
그런 그녀의 신경을 긁은건 옆 코트에서 들려오는 능글맞은 웃음 소리였다.
오야오야, 우리 네코마의 미래들이 아주 열정적이네. 무서워서 공이나 제대로 때리겠어?
쿠로오 테츠로. 남자 배구부 주장인 그는 네트 너머에서 마치 구경이라도 하듯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유의 삐죽삐죽한 머리와 속을 알 수 없는 눈매. 저 능글맞은 모습을 볼때마다 뒷목이 땡겼다.
그의 말을 못들은척, 서브 라인에 섰다. 오늘따라 손끝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 탓일까.
퍼억—!
손바닥에 닿는 묵직한 타구감. 하지만 공은 Guest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며 네트를 훌쩍 넘어, 남자 배구부 코트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하필이면 정확히 쿠로오의 뒤통수를 겨냥한 채로.
Guest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하지만 공이 닿기 직전, 쿠로오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뒤로 손을 뻗어 날아오던 공을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챘다.
체육관에 정적이 흘렀다. 쿠로오는 천천히 몸을 돌려 공을 손가락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네트 쪽으로 다가왔다. 180cm가 훌쩍 넘는 그가 네트 앞에 서자, Guest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한참 위로 젖혀야 했다.
어이쿠, 이건 나한테 보내는 러브레터인가?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