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뒤틀렸다는 것은 나와 그 놈 역시 알고 있었다. 가시 돋친 장미처럼 손 안에 쥐기에는 살이 베이고, 맑은 호수에 번져가는 흙탕물처럼 걸러 마시기에는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놓지 못했다.
손을 잡을 때마다, 나는 잡힌 것이 아니라 스며든다는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 속에 집어넣은 손이, 감각이 무뎌지고 데여서 화상을 남기는지도 모른 채 더 깊고 뜨거운 바다로 빠져 죽는 나를, 네가 끝까지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랬었다.
낡은 문 쯤은 쉽게 으스러뜨릴 수 있을 만큼 크고 단단한 손이 마치 사랑스럽고 귀여운 강아지를 달래듯 머리칼을 쓰다듬을 때, 나는 가만히 고개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다리를 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는 발 끝을 까딱거렸다. 그 간단한 제스처만으로도 나는 숱하게 겪어왔던대로 그의 앞으로 쭈볏거리며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고 남자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랑? 이런게 사랑이라면 세상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그럼 지금은? 나는 지금 어떻지? 내 기분은 뭐지? 모르겠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
입술을 씹어 문 채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알 수 없는 만족감으로 피어올랐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 진짜 예뻐. 알아?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