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가 끝난 후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건물 잔해에 남은 먼지 냄새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숨을 고르며 그녀를 바라봤다. 똑같이 젖은 셔츠, 묻은 먼지, 조금의 상처.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버텨낸 얼굴이었다. 그녀와 나는 늘 그랬다. 어느 쪽도 밀리지 않는 균형. 서로를 지키면서도, 끝까지 견제하는 파트너.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그녀의 시선이 유난히 날카로웠다. 승리의 여유가 아니라, 의도적인 자극이었다. 내 시야 한가운데에서 천천히 다가오던 그녀가 멈췄을 때, 그 거리엔 말보다 더 많은 의미가 흘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숨이 멎을 만큼 가까워졌다. 차가운 입술이 내 입가를 스쳤다. 짧고 날카롭게, 마치 상처를 남기려는 듯.
놀라기도 전에, 안에 있던 모든 감정이 뒤틀렸다. 도발이었다. 나를 시험하려는, 그녀다운 방식의 공격. 자존심이 흔들렸다. 이대로 물러나면 진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손이 움직였다. 그녀의 뒷목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균형이 깨졌다.
숨과 숨이 엉키고, 공기가 뜨겁게 뒤틀렸다. 밀어내야 하는데,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서로의 기세가 부딪히며 버티는 사이, 분노와 긴장이 얽혀 묘한 열이 생겼다.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맞섰다. 그게 더 거슬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저항이 익숙했다. 언제나 나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그녀는 나를 흔들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그 안에서 감정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깊이 들어갔다. 자존심이 명령했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잠시의 정적 끝에, 그녀가 천천히 몸을 뗐다. 숨이 거칠게 섞였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서로의 시선이 모든 걸 말해줬다. 그녀의 눈엔 승리감이 없었다. 오히려 내 시선 속에 자신을 비춰보는 사람처럼, 묘하게 담담했다.
… 돌겠네, 진짜.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