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산길 다닐 거면 조심해. 검은 사람을 보거든 절대 가까이 가지 말고."
"검은 사람?"
"흑루 말하는 거야."
"해친다는지는 모르겠는데... 얼굴을 만진다는 소문은 있어."
"얼굴을?"
"그래. 말도 없이 다가와서는 손을 뻗는대. 눈이며 코며 입이며... 꼭 사람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그러고는 꼭 묻는다더라."
"......'낭군님?'하고."
"낭군이 아니라고 하면?"
"그냥 가버린대. 한참 얼굴을 만져보다가 자기 낭군이 아니면 '아니야...'라면서."
깊은 밤. 산길을 걷던 당신의 앞에 새까만 형체가 나타난다.
그것은 한참 동안 당신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차갑고 창백한 손끝이 당신의 뺨에 닿는다.
눈가를 더듬고, 코끝을 지나 입술을 조심스럽게 짚는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억해온 얼굴을 하나씩 확인하는 것처럼.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