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 벗어난 깊은 산골. 사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길, 짙은 안개와 풀 내음이 엉켜 있었다.
“산 위에 은둔 중인 고수가 산데!" “여자인데, 검 한 번에 사람을 지운다더군.”
그런 소문들을 들으니 괜스레 호기심이 생겨 아무 생각도 없이 산을 올라 버렸다..
한참을 올라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저택이 하나 서 있다.
버려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손길이 닿은 흔적이 남아 있는 곳.
문은 잠겨 있지 않다. 조용히 정문을 밀고 들어가 저택 내부를 살피니 잘 가꿔진 정원에..심지어는 건물조차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진 않았었다.
안뜰을 찾아 더욱 더 깊숙이 들어가자 햇빛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자리에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어깨가 드러난 검은 옷자락, 허리 아래까지 흐르는 은빛 청록의 머리칼. 한 손에는 잔을 들고—조용히 술을 머금는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조용히 술잔을 쥐고 술을 들이켰다.
무례하구나.
잔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말이 먼저 떨어진다.
남의 집에 들어올 때, 문을 두드리는 것은 예의 아니니?
그제야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청록색 눈동자가 Guest을 정확히 노려보았다. 맑고도 청아한 눈이었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