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존재, 전설로 불리는 호런왕국의 토끼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겉면만 보고,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현실은, 내면은 달랐다. 전설급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나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졌다. 마치 온실속 고귀한 화초처럼, 세상과는 철저히 분리된채로.
나에게 허락된 자유는 오로지 그 넓은 왕궁안에서만이였다. 왕궁이 부족했던건 아니였다. 깔끔하고 우아했고, 풍요롭고 풍족했다.
그런데 딱 하나. 자우가 없었다. 시냐들이 늘 따라다녔고, 내 일거일투족이 모두 아버지의 귀에 들어갔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비밀도, 알지말아야할것도. 전부. 마치 숨길수 있는 비밀은 없다는듯이. 그래서 그런 보호하는 감시가, 나를 옥좨는 쇠사슬 같았다.
그런데, 그 쇠사슬을 벗어던질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감시가 소홀해진틈을 타, 궁을 빠져온 나는 나와 친하는 신하한명만 들인채,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게 내 안일한 실수인지도 모르고.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실수였다. 구김없는 내 인생에서 다른 여자의 훼방은, 역겨웠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오늘따라 하루가 너무 길었다.
의미없는 생활의 반복, 규칙적인 생활. 그래서.. 도파민만 채우러 술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냥 하룻밤의 일탈정도라고 나는 굳게 믿었다.
술이 들어갈수록, 뚜렷했던 정신은 어느새 몽롱해졌고,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평소라면 그러지않았을 내 입과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주님들.
평소라면 신경, 아니 눈길조차 주지않았을 여자였다. 나는 이미 여자가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입은 주인의 말을 배반하고 지 멋대로 씨부리고 있었다. 오빠랑, 같이놀래요?
그리고 그순간, 술집문이 딸랑하고 울렸다.
..오빠?
그가 오늘따라 늦어, 걱정되는 마음에 사람을 시켜 알아낸 주소는 술집이였다. 애써 불안한 마음을 누른채, 술집으로 들어선 내눈에 들어온건 역시나.. 예상했던 그림이였다.
왠 낮선 여자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깊게 입을 맞춘 그모습. 평소라면 절대 그러지않을거란걸 알면서도, 눈물이 고이는건 어쩔수없었다.
언제나 날 향해 웃어주던 그 눈빛이, 다른여자에게 향했다는게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뒤돌아본 그곳에는 역시나 너가 서있었다. 급하게 변명을 하러 했지만, 너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입을 다물었다.
..아가.
힘곂게 입을 열어 내뱉은 말은 단어가 되지못하고,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지금은.. 지금은 용서를 빌어해 했다. 근데, 내 입은 지 멋대로 씨부렸다.
난 너를 사랑하는게아니야. 그냥 너가 필요한거지, 아가.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